냉방 박사
이 모든 시스템을 고안한 사우드 압둘 가니 박사는 BBC와 인터뷰에서 카타르는 월드컵 경기가 모두 끝난 뒤에도 유산으로 남을 만한 프로젝트를 꿈꾼다고 했다.
가니 박사는 수년간의 광범위한 연구 덕에 "편안한 온도 환경" 즉, 많은 이들이 쾌적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2019년 카타르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선수들과 관람객과 만나면서 월드컵 경기에서 제공할 쾌적한 환경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선수들의 입장
BBC는 카타르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의 수비수이자 11살 때부터 선수 생활을 했던 하자르 살레를 인터뷰했다. 극한의 조건에서 최고의 기량을 뽐내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는 살레는 높은 습도가 가장 힘들다고 답했다.
우리는 고온엔 익숙하지만, 고온과 고습이 결합한 조건은 정말 힘듭니다. -하자르 살레
살레는 새로운 냉방 시스템을 갖춘 '칼리파 국제경기장'과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직접 경기를 해본 경험이 있다.
살레는 냉방 시스템 유무의 차이가 크다면서, 특히 카타르에서 연중 가장 무더운 6월엔 그 차이를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지속가능한 방식인가?
카타르 월드컵 주최 측은 경기장 전체의 냉방 시스템이 온실가스 추가 배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새로 건설한 태양에너지 발전 시설에서 생산한 전기로 가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드컵 전반에 걸친 탄소 중립 유지는 훨씬 더 대담한 야망이다.
이번 경기장 건설로 배출된 '내재 탄소'의 양이 경기장 전체 탄소 배출량의 90%를 차지하며, 온실가스 약 80만 톤이 대기 중으로 방출됐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계산에 따르면, 이는 승용차로 지구를 8만 번 돌았을 때의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경기장 관련 요소를 제외하고도 전 세계 축구 팬들을 실은 비행기 등 각종 교통수단이 끼치는 영향도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장 간 거리가 가까운 카타르 월드컵의 특성상 경기장 간 이동 시 배출되는 탄소량이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3분의 1 이하일 것으로 추정한다.
카타르의 '친환경 약속'은 이미 배출한 모든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상쇄하느냐에 달려 있다.
카타르가 어떻게 이 약속을 이행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FIFA 측은 월드컵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해 에너지 효율, 폐기물 관리, 재생에너지, 나무 심기 측면에서 다양한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러한 계획이 실제 효과적인 탄소 포집으로 이어지기까진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 BBC의 최근 탐사보도에 따르면 탄소 배출량 상쇄를 위한 숲 조성 계획은 실행되지 않은 경우도 있으며 문서로만 존재했다.
따라서 카타르가 정말로 친환경 약속을 이행했는지, 아니면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들의 주장이 허풍에 불과했는지를 진정으로 판단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카타르는 경기장 건설에 동원된 외국인 노동자 3만 명 중 여럿이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은 것에 대한 비판도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또한 강제 노동, 가혹한 노동 조건, 노동자들의 형편없는 주거 환경, 임금 체납, 여권 압수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
카타르 정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2017년 이후 노동자들이 과도한 더위에서 일하지 않도록 보호하고, 노동 시간을 준수하며, 작업장 환경을 개선하는 등의 조치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노동기구(ILO)가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에만 카타르에서 월드컵 관련 현장 노동자 50명이 숨지고 500여 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는 월드컵 경기와는 무관하게 세계가 카타르 왕국을 계속 주시할 또다른 문제다.